코로나 혼란, 사기 기승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어수선한데 각종 사기까지 기승을 부려 이미 힘든 서민의 삶을 더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사기꾼에게 속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겠지만, 사실 ‘사기꾼’ 혹은 ‘사기’의 정황을 가려내는 것부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수법이라면 피해자가 나올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와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는 만큼 사기 수법도 새로워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예방을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배워야 한다. ▷신분 도용(Identity Theft) 사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중 주로 쓰이는 것은 프러드(Fraud)와 스캠(Scam)이다. 거의 같은 의미인데 프러드가 ‘타인을 속여 부당 이익을 취하는’ 다양한 행위를 가리키는 데 반해 스캠의 경우는 주로 금전적 사기 행위 또는 사건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프러드가 더 포괄적이고, 격식과 비중이 있는 느낌으로 쓰인다. 개인이 대면한 적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당할 수 있는 사기의 유형은 대부분 신분도용을 전제로 한다. 가해자를 찾기 어려워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도 힘든 경우가 많다. 이름, 소셜 번호, 운전면허증 번호, 주소, 전화번호, 은행 계좌 번호 등이 노출될 경우 다음과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현 은행계좌 갈취: 본인도 모르는 사이 돈이 빠져나갈 수 있으나 자주 스테이트먼트를 확인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예방 가능 ▷사기 목적으로 새 계좌 오픈: 계좌가 오픈 된 것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음 ▷허위 텍스 보고로 환급 갈취 ▷신분 도용으로 의료 진료받기: 진단 및 치료 기록의 혼선으로 인해 의료진의 판단에 오류가 생길 수 있음 ▷신분 도용 취업: 전과를 속이고 취직하기 위해 타인을 사칭하는 경우 ▷어린이 소셜 번호 도용: 성년이 될 때까지 신분 도용 피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음. 그 밖에 시니어 또는 사망자의 신분이 도용되는 경우도 있다. 사기꾼이 도용한 신분을 경찰에 제시하는 바람에 피해자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 범법자 신세가 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있다. ▷신분이 노출되는 과정 연방 사회보장국은 소셜 시큐리티 번호를 비롯한 개인 정보 유출 과정에 대해 지갑이나 손가방 분실 및 절도, 우편물 가로채기, 인터넷상 신뢰할 수 없는 사이트에 입력한 정보, 쓰레기 뒤지기, 보이스 피싱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지갑이나 가방을 잃어버리면 그에 따르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우편물은 매달 받아야 하는 고지서 등이 아닌 다음에야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인지하기 쉽지 않은데, 흔히 생각하는 정크 메일 중 크레딧카드 신청서는 종종 신분 유출의 발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금융기관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특별 가입’을 권하는 편지인 만큼 이미 이름과 주소가 기재돼 있고, 쓰레기통을 뒤져 얻은 다른 정보들을 조합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주소를 다른 곳으로 지정하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타인의 신분을 이용한 크레딧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성립된다. 뜯어본 우편물뿐만 아니라 무심코 정크로 취급하는 편지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휴대폰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보이스 피싱 사기는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한다는 특징이 있다. IRS 등의 정부 기관을 사칭하든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범죄형 협박이든 피해자가 흔들리는 순간 소셜 시큐리티 번호, 은행 계좌 번호와 비밀 번호 등을 알아내 금전적 손해를 입히고 유유히 법망을 피해 달아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금융 거래가 인터넷, 모빌, 원거리에서 가능해짐에 따라 사기꾼들의 수법도 다양해진 것이다. 보이스 피싱의 ‘피싱(Phishing)’은 휴대폰 사기 이전에 인터넷이 확산되던 시점에 유행되던 각종 이메일 사기의 통칭이다. 그럴듯한 발신자 이메일 주소에 속아 넘어가 이메일을 클릭해 열게 되면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정보를 빼간다든지 하는 수법이다. 예를 들어 irs.com 이라는 주소에서 이메일이 왔다고 했을 때 앞의 irs 만 보고 연방 국세청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부 기관의 이메일 주소에는 .com이 아니라 .gov가 붙는다. 경고성 또는 자극적 제목을 가진 이메일은 열기 전에 더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 좋다. 피싱이 진화해 비싱(보이스 피싱)이 되고 최근에는 텍스트 메시지(SMS)를 이용한 스미싱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김은정 기자